우리는 어쩌면 김혜자를 잘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전원일기로 부터 '엄마'로 친숙해져 있던 그녀는 마치 우리내
어머니들 처럼 매우 큰 존재이나 그저 항상 우리 곁에 계시는,
그래서 그 소중함을 망각해버리는 그런 "엄마"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배우 김혜자의 연기는 소름이 끼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엄마로써의 그 광기마저 어린 자식에 대한 사랑은 영화 내내
김혜자의 손끝에서 부터 눈빛에 걸쳐, 가녀린 목소리를 타고
숨막히게 표현된다.
원빈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서 부터 철저히
김혜자의 영화였다. 반전의 제공은 원빈이었지만 그 반전의 시작은
김혜자에게서 부터 오고있고, 그 모든 것의 시작과 마무리에는
김혜자만이 있다.
이 시대에 봉준호와 박찬욱이 한국의 감독으로써 공존하고 있는
것은 축복이다. 스릴러에서 조차 일상의 해학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능력은 나같은 실패한 영화학도들에게 '영화를 안해서
다행이야'하는 생각과 자괴감을 동시에 갖게 만들지만 이 사람들
영화는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난 정말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