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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at his Best


우리 어머니는 260 이라는 과격한 사이즈로 인해 칠십 평생을 발이 편하면서도 예쁜 신발을 찾아
살아오셔야 했다. 너무 편해서 사왔다고 하시다가도 몇 일이 지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이내 다시
편하고 예쁜 신발을 찾으시기 시작하신다.

지갑에 있어서 내가 그렇다.
같은 스타일의, 입맛에 맞는 지갑을 찾는다기 보다는 그 때 그 때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다고나
해야할까. 내가 가장 오래 쓴 지갑은 2002년에 산 구찌의 다크데님으로 된 지갑이다. 이 때는
1. 카드와 명함 등이 최대한 많이 들어갈 것. 2. 지폐 넣는 곳이 두 군데로 나뉘어 있을 것.
3. 동전넣는 곳이 있을 것. 4. 명품이지만 걷으로는 명품티가 나지 않을 것. 5. 모든 것을 다
수납하고도 앞주머니에 쏙 들어갈 것. 6. 내부는 진짜 가죽일 것. 정도 였다.
얼마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혹은 잊고 싶을 수도) 미국에서 돌아온 2006년 까지 이 지갑을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사용한 것으로 보아 꽤나 만족스런(그리고 꽤나 비싼) 지갑이었던 것 같다.

2006년 부터 현재까지는 엄청난 방황을 겪어야만 했다.
포터지갑, 스투시, 아디다스 스포츠지갑, 폴로의 트라이폴드 지갑, 등을 거치다가 생소한 이름의
머니클립을 약 1년간 사용했다. 이 때 찾아 헤매던 지갑의 필수요소는 이렇게 변해 있었다.
1. 카드와 신분증 등만 들어갈 것. 2. 지폐만 들어갈 것. 3. 이 모든 것들이 들어가도 얇을 것.
4. 브랜드를 알 수 없게 되어 있을 것. 5. 보기에 좀 괜찮아 보일 것.
내가 1년간 쓴 머니클립이 그다지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 쓰기 편안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지갑을 찾거나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Magic Wallet (Not a Jcrew one though)


얼마 전 미국에 가서 THE HUNDREDS에서 나온 검은색 지갑을 구입했다.
젊은 브랜드이지만 지갑만큼은 젊지 않았고, 헌드레즈 특유의 칼집무늬가 꽤 멋드러지게 양각이
되어 있었으며, 비닐이 아닌 그물망으로 ID를 넣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고, 지폐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고, 모든 것을 수납한 후에 접어도 꽤나 멋드러지게 접혀버리는 것이 맘에 들었다.
후에 JCrew에서 정장에 필요한 지갑을 하나 더 샀는데 지갑이라기 보다는 매직폴드 머니클립
이라고 지폐를 접어 안쪽에 넣고 반대 쪽으로 펼치면 고무밴드에 지폐가 들어가는 특이한 머니클립이다.
두개 합쳐 50불 돈.
나에게 있어서 다행인 것은 명품지갑이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혹은 내가 4년을 사용했던 구찌지갑처럼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명품지갑 정도라면 사용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또 모르지. 몇 년 후엔 다미에가 자글자글 박힌 루이비통 지갑이 갖고 싶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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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at his Best


내 취향의 옷은 극명하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소위 스트릿패션 이라 일컬어지게 된 티셔츠, 후디, 청바지와 스니커.
가장 중요한 것은 티셔츠의 프린트로 메시지와 함께 스니커와의 컬러매치가 강박증 처럼 맞아 떨어져야 하겠다.
다른 한가지는 무심한 듯 입은 듯한 미스매치.
이를테면 정장바지와 전혀 생뚱맞은 컬러의 스니커, 스포츠코트과 청바지와 반스.
공통분모라고는 스니커 정도가 되겠구나.
외출을 할 때면 오늘은 두 가지중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 몇 번씩 고민을 한다. 만나는 사람들, 혹은 지나치는
사람들이 보수적이라던지 혹은 너무도 사회적이라면 두번째 스타일로 가야겠고, 반면에 십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들이라든지 도착지가 전혀 생뚱맞은 곳이라면 편안히 첫번째 스타일로 입고 나가게 된다.
사실 곧 애 둘의 아빠가 되는 나를 보는 시선은 두 스타일 모두 올곧은 시선만으로는 바라보지 않는다.

요즘들어 즐기는 옷들은 주로 The Hundreds의 티셔츠와 후디, 갭의 Lowrise Straight Jean, 리바이스의
520 Lowrise Tapered Jean, 자라와 H&M의 셔츠 정도가 되겠다. 내 의류의 선택은 좀 비정상적으로 까다로운
면이 있어서 때로는 나자신도 짜증이 날 때가 있고 맘에 드는 옷을 찾으면 다른색으로 여러벌을 사는 짓도
자주 하곤 한다. 그런 짓을 좀 줄일려고 꾹 참고는 하는데 여지없이 꽤 빠른 시간 안에 후회를 하게 된다.
또한 의외로 내 스타일에 대한 굳은 의지 따위는 없어서 주로 에스콰이어(혹은 처남의 초이스)나 런웨이포토,
스타들의 파파라치 포토에서 강하게 영감을 받아 스타일을 바꿔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큰 바운더리는 그닥 바뀌지 않는 것이 그나마 의지라면 의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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