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칼튼 호텔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는 참 의미가 깊은 곳이었다. 2003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기 전 하루 밤을 묶었던 곳이고, 1년에 한번 정도씩은 처가가족들과 함께 호텔패키지로 놀러왔던
그런 곳이다.
이번에도 장인어른께서 올라오신 고로 처가집 식구들이 시간을 모아 리츠칼튼으로 갔다.
몇 일전 부터 정윤이에게 수영장 이야기를 하며 한껏 기대감을 부풀게 해놓은 상태였지.
그러나.
시작부터 삐끗거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의 시작은 아마도 일본의 황금연휴 였을지도 모르겠다. 만실이 되어 방을 3개 빌린 우리에게
까지 그 피해가 왔다. 체크인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방을 3개 빌린 우리에게 여전히 클린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방에 때려넣어놓고 무작정 기다리게 만들더니 5시가 다 되어 열쇠를 가져왔다.
열쇠를 가져오는데 까지도 한참이 걸렸는데 나중에 방에 가보니 방에 열쇠가 꽂혀 있더라; 뭐냐이건.
(고작) 와인 하나를 더 받고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여자 탈의실에서는 아이를 보고 6세가 안되었고, 라이프가드가 없다는 이유로 출입을 불허했고,
나와 함께 가겠다고 하여 남자 탈의실로 들어간 정윤과 나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수영장을 보며 "어떡하지~ 아빠 먼저 들어가봐~" 하며 흥분해 있는 정윤. 난 깜빡하고
안경을 안벗고 와서 탈의실로 다시 갔는데 남자 트레이너가 뒤늦게 나를 찾아와서 6세 이하를
출입이 안된다며 우리를 끌어냈다.
처음엔 별달리 화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무룩해 있는 정윤이 오히려 떼를 쓰지 않고 순순히
나온 것에 미안함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 애당초 나와 정윤이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은 직원에게
한마디를 했다.
폭발한 처제는 매니져에게 전화를 하여 특유의 말발로 컴플레인을 하였으나 개념충만의 매니져는
'3살짜리 아이들도 들어가서 노는 것을 봤는데 직원이 유두리가 없었나봅니다', '고객님의 말씀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원래 25000원인 사우나를 무료로 이용하게 해드
리겠습니다' 등의 주옥같은 망언을 하며 어처구니 없는 소리만 해대더라.
'우리에겐 일본인 관광객이 있으니 너희 정도는 다시는 안와도 된다' 뭐 이런건가. 다시는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까지 했으면 찾아와서 굽신거려도 모자랄 판에 위와 같은 소리만 지껄임.
부모님들의 회유로 호텔을 박차고 나가지는 않았지만 리츠칼튼은 초반 몇 년 이후부터 관광호텔급
으로 전락해버린 게 사실인 것 같다.
추억이 있지만, 망할 이 곳을 다시 갈 일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