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s for adults

타르가4S에 앉다.


포르쉐.

어쩌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보다 남자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하는
이름일 수도 있다.

PDK 반자동 변속기


수평대향 6기통 직분사 엔진이라던지, 384마력에 42.8kg의 토크라던지,
사륜구동 PDK 7단 같은 단어들을 주루룩 나열할 필요도 없이 그냥
'포르쉐'라는 이름 하나 만으로 나는 전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포르쉐 공식수입사인 슈투트가르트 모터스가 위치한 분당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큐브가 마침 사고를 당해서 입고가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야탑역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야했다.
동양에서 손꼽히는 크기의 포르쉐분당에 드러서자 저절로 움츠러드렀다.
사러 오지 않는 이상 그럴 수 밖에 없게 생겼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구나
싶었다.

한국형 네비게이션이 내장되어 있다.


미친듯이 비가 내린 덕분에 스포츠모드 같은 것들은 교육조차 받지
않았다. 400마력에 가깝기 때문에 빗길에서 되도록이면 천천히 출발하라는
말이 전부였다. 흑.
왼쪽 열쇠 구멍에 키를 꼽고 돌리자 기대했던 만큼의 굴고 날카로운
엔진음에 심장이 째지는 기분을 느꼈다.
기어를 넣고 서서히 패달을 밟았다. 의외로 움직이지 않았다.
핸들도 너무너무 뻑뻑해서 내가 뭔가 해제하지 않은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묵직했다. 예전에 타보았던 이클립스 V6의 가볍고 촐랑거리는
그것과는 너어어어무나 달랐다.

스탑워치.


'달려보자!'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분당-수서간 고속도로는 미친듯이 막혀서
한남동 도착할 때까지 30~40km로 달렸고 나중에 촬영 스튜디오가 위치한
한남동 다 가서야 한 80km 정도로 달릴 수 있었다.

다행히 반납할 시간이 되자 비도 수그러들고 멈추기 까지 했다.
4시경에 출발했기 때문에 러시아워에도 걸리지 않고 차가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냅다 달려봤다. 저속에서 그렇게도 묵직하던 차는
80km를 넘으니 고삐풀린 망아지 마냥 신나게 달렸다. 마치 400여마리
의 미친 망아지들이 너죽고 나죽자 하는 듯 달리는 것 같았다.

타르가탑.


수동변속을 해볼까 했지만 PDK의 변속 타이밍은 이미 나 따위의
애송이가 변속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완전개방을 하고 다닐 수는 없었지만 차향만 열어둔 타르가탑 또한
컨버터블이 내지 못하는 그 무언가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언젠가 성공하게 된다면, 꼭 소유해보고 싶은 차다.
1억 5218만원이란 가격 또한 나로썬 범접할 수 없는 이유이지만
아직까지 내 운전실력과 경력으로는 911의 힘을 반의 반도 제대로
표현해내기 힘들 것 같다.

눈물의 인증샷.ㅠ


그저 남자로써, 내 발에 전해졌던 그 거친 엔진의 진동과 귀로 전해진
엔진음과 변속될 때마다 헤드레스트를 쳤던 내 뒤통수와, 묵직한 핸들
을 돌리기 위해 계속 두손으로 운전을 했던, 타르가탑이 열린 밝은,
그 아름다운 공간에 내가 잠시 있었다는 것 자체가, 아니 그런 것을
떠나서 "포르쉐"를 운전했던 자체가 축복이었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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