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s for adults



EOS 그리스 신화의 여명의 여신이다. 그리고 폭스바겐 최초의 하드탑 컨버터블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연한 기회에 EOS를 시승하게 되었다. 물론 얼마 안되는 시간에 서울 시내의 트래픽까지 나를
방해하긴 했지만.

하드탑 컨버터블은 언제봐도 경이롭다. 시기어린 누군가가 찢을 일도 없으며 소프트탑 처럼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거나 뒷유리가 뿌옇게 변할 일도 없고, 무엇보다도 매끈하게 뽀대가 난다.
EOS의 하드탑은 차가 정지해 있을 때만 여닫을 수 있다. 그닥 빠른 시간은 아니지만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고 차를 감상하게 할 시간을 줄 정도는 된다. 어차피 탑을 급하게 열고 닫을
일은 없으니까.



시동을 걸자 중저음의 배기음이 낮게 깔리며 나를 반겼다. GTi의 심장인 직렬4기통 2.0FSI 터보 엔진이
빨갛고 매끈한 어찌보면 지극히 여성스런 바디 안에 숨겨져 있다. 6단의 DSG 변속기 또한 GTi에 탑재된
그것과 같은데 1단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상당하게 느껴졌다. 변속또한 밀린다거나 조급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없이 또한 변속충격 자체도 느낄 수가 없이 이루어졌다. 구형 아우디 A4에서 느꼈던 터보의
불편함 또한 전혀 느낄 수 없었고, 200마력에 28.6kg의 토크는 이 매끈한 차체를 치고 나가게 하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서스펜션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GTi와 같이 노골적으로 달려야만 하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서스펜션을 기대하는건 욕심일 수도 있지만 느낌상으로는 예전에 탔던 JETTA와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살짝 통통했다. 그렇다고 한국세단이나 토요타 정도는 아니었지만,
느끼기에는 비머의 3시리즈 보다 물렁한 정도의 느낌이랄까.
코너링은 딱 한번 딱히 한계상황도 아닌 정도에서 급커브를 틀었는데 18인치의 광폭 타이어 덕분이었을까
생각보다 차체를 잘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서스펜션 정도의 기대 이하는 아니었던 듯.



컨버터블은 참 기분을 좋게 만든다.
10시가 넘은 밤 아직은 차가운 공기의 밤바람이었지만 우리는 탑을 열고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야간에 뚜껑을 열어놓은 빨간 컨버터블의 두 남자를 고운 시선으로 볼 사람은 별로 없다. 나라도 분명
욕 한마디는 했을꺼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은근히 그런 시선들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게 바로
컨버터블의 매력인 것 같다. 게다가 잘빠진 폭스바겐의 이오스 정도라면 그런 시선쯤 즐기도록
내 몸이 추워도 뚜껑을 열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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